지난 4월 24일, 많은 사람의 기대를 모았던 <어벤저스: 엔드게임>이 개봉했다. 그래서인지 최근 인터넷을 하다 보면 어디서든지 ‘스포주의’라는 제목이 붙은 글을 볼 수 있다. 블로그에 영화 리뷰 글도 있고, 각종 커뮤니티에도 어벤저스 관련 글이 ‘스포주의’라는 제목을 붙이고 올라오고 있다.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의 경우 막상 글 내용은 영화 내용과 아무 상관없는 소위 낚시글인 경우도 많지만, 간혹 진짜 영화 내용을 포함한 글인 경우도 있고, 때로는 스포일러에 대한 주의사항 없이 영화 내용에 대한 글을 올려놓는 경우도 있다. 평소에는 영화에 큰 관심도 없고 스포일러를 당해도 별 상관없이 재미있게 보는 편이지만 이번엔 좀 심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스포주의 글들이 많이 나왔다. 딱히 영화 관련 커뮤니티를 들어가 보는 것도 아니지만 수없이 많은 스포일러성 글과 그를 가장한 낚시성 글을 봐왔다. 심지어 영화 내용과 다른 사실을 영화 내용인 것처럼 써놓은 낚시글도 본 적이 있다.
낚시글의 경우 보고 웃어넘기면 그만이다. 비록 그 낚시글이 너무 넘쳐나는 바람에 이젠 웃기지도 않고 점점 짜증이 날 정도지만 기본적으로는 무해한 글이기에 큰 문제가 없다. 또 스포일러 주의라는 제목을 붙인 글의 경우엔 제목을 보고 피하면 된다. 영화를 볼 때까지만 피하면 아무 문제없이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진짜 문제는 아무런 주의 없이 바로 영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를 하는 글이다. 이런 경우엔 달리 피할 방도가 없다. 심지어 그런 글은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그럴듯한 제목을 붙이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피해가 더 크다. 그리고 그런 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분노를 표시하는 댓글을 남겨놓게 되는데, 커뮤니티에서 인기글을 판정하는 기준에 댓글 수도 포함하는 경우가 있다 보니 피해자가 계속 늘어나는 악순환도 볼 수 있다.
스포일러를 당한다고 해서 영화를 못 보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영화의 재미가 반감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영화를 아직 보지 않은 사람들이 스포일러를 피하려고 하고 거기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또한 <어벤저스: 엔드게임>의 경우엔 덜하겠지만 후반부 반전이 중요한 영화들의 경우 스포일러는 영화의 흥행성적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렇듯 영화를 보려는 사람에게도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에게도 스포일러는 큰 도움이 되질 않는다. 영화를 볼 생각이 없는 사람이나 이미 영화를 본 사람 같은 제 3자에게도 스포일러는 별로 유쾌하지 않다. 일단 지금은 볼 생각이 없다고 할지라도 나중에 그 영화를 볼 수도 있는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괜한 싸움이나 만드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홍콩에선 영화관에서 스포일러를 했다가 폭력으로까지 번진 사례가 나왔다. 물론 해당 영화를 보려는 사람들이 모인 영화관에서 스포일러를 하는 것과 인터넷에 영화 내용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은 차이가 있다. 그러나 스포일러에 대한 경고를 생략하고 영화 내용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은 불특정 다수에게 스포일러를 하는 것과 같다. 또한 그 불특정 다수 중엔 영화를 보려는 사람들도 포함돼있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그 죄질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포일러를 하는 입장에선 ‘영화 내용 좀 스포일러 한 것이 죽을죄도 아니고 그냥 장난일 뿐이다. 또한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수에게 피해를 주는 장난은 지양하고 상대를 배려해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