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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회 솔뫼문화상 수필 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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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122 2016-11-23 16:57

금요일의 우울

                                                                                                          김초롱(민속학과, 12학번)

마음이 체했다. 과잉된 감정들을 꾸역꾸역 삼켰더니 결국엔 이 사달이 났다. 뱉어내지 못하고 속으로 다 삼켜내려다 턱하니 걸려버렸다. 답답함에 가슴을 쳐보아도 내려가지 않는다. 불안, 우울, 절망, 분노, 외로움, 근심 걱정 등 소화하기 쉽지 않은 감정들은 쏟아지지도, 내려가지도 못한 채 단단히도 내 마음을 틀어막았다. 시간은 흐르는데 내 삶은 정지한 느낌이다. 내가 다시 괜찮아질 때까지만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 이 우울함이 언제 끝날지 몰라도 좋으니, 제발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내가 머물렀으면 좋겠다. 계획했던 것과 해야 할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렇게 시간을 소비해버리는 게 너무나도 아까웠다. 열심히 달려도 모자랄 판에, 멈춰 선 채 아예 드러누워 버렸으니 이것 참 난감하다.
나는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처럼 방 안에서 흐물흐물 거렸다. 수많은 생각들이 쏟아진다. 가만히 있어도 생각에 파묻혀 숨이 막히는 것 같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며 뛰쳐나와 영화를 보고 맛있는 음식을 사 먹어도 신통치가 않다. 일상에서 벗어나면 괜찮아 질까, 둘째 언니를 꼬셔서 대만 여행을 계획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여행도 영 내키지가 않는다. 비행기 표도 예매하고 숙소도 예약했으니까 이제 두근두근 설렐 일만 남았는데 마음에 별다른 동요가 없다. 약발이 통하지 않는다. 강력한 소화제를 먹었는데도 소용이 없다니! 속으로 욕지기가 나왔다. 무슨 짓을 해도 마음이 달래지지가 않으니 심각하다. 손가락은 자꾸 핸드폰 연락처를 서성거린다. 터치 한 번만 하면 전화가 걸리지만 내 손가락은 핸드폰 화면을 머뭇대다가 끝내 손길을 거둔다. 썼다, 지웠다 반복되는 내 심경을 담은 글도 결국엔 지워진 채 전송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내 감정을 버리는 건 몹쓸 짓이다. 지금까지 뭣 모르고 많이 했던 짓을, 내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힘든 친구들에게 다시 할 수는 없다. 나 혼자서 감정을 버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방법을 잘 찾지 못해 지금 이 모양 이 꼴이 되었지만 그래도 참아야 한다. 혼자서 견뎌내야 한다. 내가 가벼워지자고 내 짐을 다른 이에게 얹어줄 수는 없다.
삶이 흐트러지는 순간이 있다. 축복이라 생각했던 삶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져 버리고, 모든 것들이 의미를 잃는다. 그동안 내가 열심히 일궈온 것이 부질없게 느껴지고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은 모두 무가치해 보인다. 내 안에서 나와 내가 싸운다. 파도치는 바닷가에서 모래성 쌓기가 반복된다. 세우면 무너지고 다시 세우면 또 무너져 내리기를 반복한다. 난장판이 따로 없는데 뭐부터 잡아 정리해야 좋을지 막막한 마음에 손을 놓고 포기하고 싶다. 눈앞에서 맴도는 직접적인 기억은 나를 더욱 괴롭게 한다. 그리고 그럴 일이 없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일상에 가해진 충격과 그 충격에서 빨리 회복하지 못하고 감정이 흐르러지는 것 또한 나를 힘들게 한다.
나는 가만히 나를 지켜보기로 했다. 본래 잠자는 것을 좋아하던 나는 더 많은 시간을 잠에 투자하며 점심때가 지난 뒤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다. 사실 그대로 눈 감으면 언제까지고 계속 잘 수 있을 것만 같은데 거기까지는 스스로 용납할 수 없을 것 같아 억지로 눈을 떠서 일어난다. 4학년 2학기라 수업이 얼마 없는 게 다행인 건지 불행인 건지 이렇게나 나를 방치할 수가 있다니. 취미로 배우던 수영에도 흥미를 잃었다. 수영장을 다니기에는 전보다 더 좋은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가고 싶지 않았다.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멍하니 누워 눈 감고 있는 것이 제일 좋다. 그마저도 쓸데없는 생각들에 휘둘리느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흠이지만. 나는 필요한 일이 생기지 않으면 방안을 벗어나지 않았다. 자취방은 내게 자유의 공간이자 스스로를 가두는 감옥이 되었다.
이렇게 힘겨운 나날을 지내길 수일 째, 나는 더디지만 조금씩 회복해가고 있다. 낫는 방법을 찾기보다는 아픔에 무뎌져서 그런 것 같지만, 어찌 됐든 내가 괜찮아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것에 의존하지 않고 내 힘으로 버티고 서있을 수 있다면 되었다. 이렇게 버텨내면서 마음이 좀 더 단단해지겠지.
<479- 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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